랩,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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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동안 랩을 배우고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자작 랩을 녹음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약 2주가 흘렀습니다.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열심히 배웠던 것을 잃어버리겠다 하는 아까운 마음에 메모했던 내용을 찾아보며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복습 삼아.

랩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날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옷은 젖어버렸고 우중충한 상태에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일단 맘에 들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저는 음악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당연히 랩은 무척이나 어색하고 어려운 느낌입니다. 선생님은 일단 음악을 틀었습니다. 비트와 함께 고개를 흔드는 선생님을 따라서 고개를 흔들게 되더군요. 선생님은 음악에 맞추어 아무거나 해보라고 합니다.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쑥스러움, 부끄러움, 어색함은 극복하기 힘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조금씩 내가 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신듯했습니다. 적절한 친절함과 칭찬을 포함해서.

저는 음악에 맞추어 뭔가를 어색하게 중얼거렸고 선생님은 내가 중얼거린 뭔가를 비트에 맞추어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신기하고 멋있었습니다.

1시간 30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선생님은 랩을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감성을 실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마음속에 있는 어떤 막힘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랩을 할 줄 모르는 것도 원인이었지만 무언가를 표현하면서 답답함, 막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심리 치료를 받은 듯한 느낌을 살짝 받았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표현할 수 없는 혼돈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4박자 비트에 맞추어 내 고개는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4박자의 8마디 랩 가사를 적어보고 연습해 보기. 음악은 Youtube에서 “hip hop instrumentals”로 검색하면 된다고 배웠습니다.

숙제했습니다. 8마디 랩 가사를 썼습니다. 오늘 경험한 랩에 대한 첫 경험을 말입니다.

쏟아지는 소나기에 젖어버린 내가슴
어색하게 느껴지는 내입술의 흔들림
답답하게 느껴지는 내가슴의 어색함
네박자에 흔들리는 내고개의 움직임

무의식에 따라가는 내얘기의 시작점
어설픔에 따라오는 내얼굴의 창피함
두려움을 이겨버린 내심장의 터트림
쏟아지는 소나기에 문제없는 내가슴

– 네발토끼

사실 처음으로 녹음한 파일이 있습니다만 들어보니 죽을 것 같이 괴로워서 공개를 못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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