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제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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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을 통해 들었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일의 진전(progress)’이라는 점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The HBR List: Breakthrough Ideas for 2010에 언급된 내용으로 보입니다. 관련하여 오늘의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오늘 회의 중에 어떤 동료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건 제가 할게요”

지금 저는 작은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하겠지만 해야할 일들을 도출하고 그 일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적당한 사람에게 요청하는 일이 많습니다.

주어진 일정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때가 많고 시원스러운 리더쉽을 보여야 한다는 욕심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얼마 전 회의 분위기를 잠깐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조금 속도감 있는 목소리로) 오늘 회의할 내용은 A, B, C입니다. A와 관련한 A1일은 김님께서 해주시고 B에 대한 B1문제는 이님께서 고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C는 작년에 박님이 해주셨으니 박님께서 진행해 주시는 것이 적당할 것 같구요.”

보통의 경우 동료들은 알겠다고 합니다. 회의 분위기가 나쁜 건 아니고 지루하게 길어지지도 않고 적당히 끝납니다. 표면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늘 회의에는 조금 다른 요소가 있었습니다. 회의 진행자이자 리더인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일은 해야한다고 하는데 명확한 일정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회의 진행자가 힘을 좀 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기억하고 그 부분을 떠올리기만 했습니다.)

동료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들어옵니다. ‘일정을 못 박아야 일이 추진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해야할 것 같다’ 등등.

새롭게 해야할 일들이 눈에 보이자 그 순간 “그건 제가 할게요”라고 동료 한 명이 훅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다른 동료가 “그럼 저건 제가 책임지고 맡아서 할게요”라고 합니다.

리더인 저는 처음으로 ‘일의 진전’을 경험했습니다. 해야할 일을 논의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오늘 회의는 뭐가 달랐을까요?

  • 리더이자 진행자가 프로젝트의 진전을 위해 중요한 부분을 빼먹고 있다는 사실을 참석자가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
  • 참석자들의 의견, 제안이 많이 나왔다는 점
  • 적극적으로 본인이 진행하겠다고 한 점
  • 누군가의 적극성이 전염 된다는 점
  • 전염이 결국 분위기를 만들고 그 분위기가 상호 간에 ‘일의 진전’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

그래도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건 제가 할게요”라는 말의 위력을 뽑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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